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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화사한문화2021 'with ART'展 문학작품!!!

"안녕하세요? 포항예총 사무국입니다.

25편의 문학작품 모두 확정(사진작가협회 12, 미술협회 12)되었습니다.

호응에 감사드립니다.

전시회 FLOW에 따라 진행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좋은 작품 부탁드립니다!"

 

No.1 *확정*

[엽서]

뭘 적을까. 고민을 하다 예전의 너를 떠올렸어. 하루의 대부분을 함께 했던 시절,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다 자신하던 시절의 우리를 말이야. 그 기억에 잠시 

머물렀는데 곧 계절이 밀고 들어왔어. 네가 떠나간 계절, 그 계절에 나는 하루 종일

땀을 흘렸고 밤이 되면 온 몸을 떨며 이불을 뒤집어썼어.

 

 

No.2 *확정*

[외딴 섬]

죽어서

뭍에 오른

양용호는

섬이 되었다

 

언제부터 앉아 있었을까

 

수평선에 눈 박은

늙은 해녀

 

기다림만 남았다

 

 

No.3 *확정*

[목간木簡]

이슬처럼 머물다

먼 강물 소리에 묻어가는 

그대를 따라 갑니다

사랑은 아슬한

굽이마다 내 걸린

희미한 등롱이었지요

그대 사랑하는 저녁을 

여기 마디마디 새겨

보냅니다

청 댓잎 새 순으로

다시 피어오르시어

푸른 마디마다 매단

눈물방울들 보십시오

 

 

No.4 *확정*

[커피]

내 안의 무수한 뼈의 시간 

별 다방 단골처럼 오늘도 그가 와요  

때론 차갑고 때론 뜨거운   

 

슬픈 허릴 쓸어주던 바람이 보냈을까

과테말라 안티구아는 덩달아 왔어요 

에티오피아 귀부인 이르가체페는 톡

쏘는 향기 뿌리며 머신 사일 서성거리죠

 

엄지와 중지를 휘감아 코와 입이 김 불면

문득 고갤 들어 그를 바라봅니다

달콤하고 기품 있는 턱선 

아지랑이 피워 올리는 몽롱한 눈빛

 

어제의 나는 없고 오늘로 나온 어제의 내가 

다시 그에게 스며들고 설렘으로 환기되고, 

쿵쿵 가슴 뛰게 하고

끝도 없이 지갑 털어가는 꽃제비 저 신사

 

 

No.5 *확정*

[초승달]

반지하 단칸방에 저 홀로 잠든 아이

전깃불도 켜지 않고 방안은 어두운데

쪽창 밖 굽은 등 하나가 하얗게 찾아든다

 

 

No.6 *확정*

[첫눈 오는 날]

첫눈 오면 울리던

전화는 여태 침묵 중

 

안으로 깊어지는 강

외줄 타는 기억들

 

시간은 우물이 되어

난독의 기별 해독 중

 

 

No.7  *확정*

[시월에] 

꽃집 앞에 향수가 줄지어 설 때

소국 향기 한 아름 끌어안아봉함엽서에 가두고 싶은

 

우체국 앞에서

나붓나붓 음표를 그리는

샛노란 은행잎 나비 등에 편지를 쓰고 싶은

 

 

No.8 *확정*

[유월]

가랑비 드는 마당에 

새끼고양이 네 마리

어미 곁에 있어도 발걸음이 두근두근

인적 없는 뜨락 첫 나들이었나

처음 맞는 초록을 톡톡 건드리자

풋 잠든 고요가 눈을 떴네

바늘꽃 제라늄 앵초

키 낮은 풀 위로

와르르 물방울 도미노

죄 없는 것들이

펼쳐놓은 에덴의 향연

마당을 들어서다 가만히 섰네

존재가 죄가 될까

비 맞은 나무처럼 가만히 섰네

 

 

No.9 *확정*

[엉겅퀴꽃]

폐암에 좋다는 엉겅퀴 뿌리를 캐느라

서툰 호미질이 손바닥에 물집을 잡는다

 

묵은 밭둑에 무더기로 핀 엉겅퀴 꽃그늘

검정고무신 낡은 발자국

신음소리 깊이 감춘 기침을 지우느라

기억의 속살까지 서서히 말라가는

어머니의 세월 묵은 밭고랑마다 울컥거려

대궁 꺾인 가슴에 가시가 돋는다

절망을 모르는 자홍색 꽃이 핀다

 

숭고한 야생을 처참하게 뭉개버린

목숨에게 사과하자

말끔히 씻긴 뿌리들 토막 눈물을 흘린다

 

믹서의 굉음에 

끈질기던 기침이 느슨해진다

 

 

No.10 *확정*

[대보리에서]

날 잡아봐라, 노랑 노랑 나비는

노랑 꽃 속에 숨고 싶었는데

해 저물도록

그 짓거리 해보고 싶었는데

서산의 해는 늘어져 유채꽃다발인데도

 

호미곶 바다는 풍구처럼 바람을 풀어놓아

처녀애의 치마가 봉긋 나비처럼 부풀렸다.

 

 

No.11 *확정*

[ 수필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아 중에서]

생각과 마음가짐도 써레질이 필요하다. 벼가 잘 자라도록 바탕을

만들어주는 논 써레질처럼 환경과 마음바탕이 좋아야 좋은 생각을

심을 수 있다. 마음 써레질이야말로 건강한 삶을 만드는 바탕이 된다.

 

 No.12 *확정*

[수필 모죽 중에서]

?가장의 무게에 짓눌린 어머니의 무릎은 속 빈 대나무처럼 숭숭 구멍이 뚫려 

있었나보다. 난데없이 넘어져 다친 다리는 영영 절뚝거리게 되었다. 가난과 공부에 

대한 간절함을, 이젠 무릎까지 꺾인 어머니의 삶을 생각하면 ‘꺾은선그래프’가 

떠오른다. 내가 알지 못하는, 그래프의 물결선이 된 부분은 얼마나 더 많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릿하다. 강인함 속에 가려진 당신의 아픔을 나는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 

 

 

No.13  *확정*

수필 「어머니의 흰 머리카락」중에서 

어머니는 남과 시비하지 말거라고 하시며 자식이 그냥 남에게 지고 살기를 바랐다.

나로 인해 남에게 피해가 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어머니의 신조는 내 삶의 뿌리였다.

세월이 흘러 침묵 속에 낡아져갈 어머니의 말씀이겠지만 그 본질은 시간에 아랑곳

없이 사람 사는 도리로 소금처럼 변하지 않으리라.   

 

 

No.14 *확정*

[빨강 뒤에 오는 파랑]

사냥꾼에게 동굴이란 그림사원寺院인지도 몰라

빛과 어둠이 만나는 순간,

바위벽에 손바닥을 대고

하늘의 노을빛을 끌어다가 찍었을 거야

 

동굴 떠나기 전, 손의 둘레를 그려

그대에게 보여주고 싶었는지 몰라

그대를 만져보고 싶어 손바닥만 남았는지 몰라

 

4만 년 전, 마로스 동굴은

바위벽이 편지였는지도 몰라

노을과 어스름이 만나는 순간, 파랑이 몰려올 때

박쥐가 동굴을 떠나 이 소식 전했을 거야

 

새벽녘 박쥐가 돌아올 때, 사냥꾼은

세상 밖으로 나아갔을 거야, 여전히 손바닥은 

빨강색의 윤곽 안에 있으니, 

전하고 싶은 말들 가두고 있었을 거야

 

누구든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

빨강 뒤에 오는 파랑을, 

그대가 내 손바닥에 포개질 때

말들과 온기가 고스란히 합쳐지듯

 

 

No.15 *확정*

[꽃다지.2]

새 응달

눈 녹는

봄길 따라서

고운 님 저만치

떠나가는데.

 

산노루 지켜 울던

새 무덤 위에

밤새워 피었다네

노란 꽃다지.

 

 

No.16 *확정*

수필 「별이 보이는 창」 중에서

불을 다 끄고 누웠는데 훤히 뚫린 하늘창으로 희부연 밤하늘이 보이고 보일 듯 

말듯 별이 하나 둘 눈에 들어왔다. 가만히 있으니 별은 점점 더 커지고 밝아지면서

마치 머리위로 내려오는 느낌이었다.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을 것만 같고, 

소곤소곤 말을 거는 것만 같았다. 슬며시 마음의 빗장이 풀리고 누구에게도 말 못한

비밀을 털어놓고 싶게 만들었다.   

 

 

No.17 *확정*

[금슬-지곡 영일대]

청사초롱 햇살을 머리에 받쳐 들고

뽀얀 숨결 면사포 나빌레라 거위 한 쌍

뭍에 선 굼뜬 걸음이 수면 위 미끄러진다

 

 

No.18 *확정*

[꿀벌의 행복]

가을 창공에 꽃이

웃음 꽃가루를 날리고 있다

 

꽃 위에 꿀벌이 내려앉아

웃음을 빨고 있다

 

어젯밤 단꿈을 꾼 그대 얼굴에

행복한 햇살이 내려 앉아 있다

 

그대 가슴에 기대어 

꿀벌이 되어 행복을 빨고 싶다

 

 

No.19 *확정*

[그 얼굴]

가슴 깊은 곳에 숨겨 놓은 그 얼굴 

바닷가 모래 위에 살포시 내려놓고

한참을 울다가 고개를 들어 보니

무심한 파도는 그 얼굴마저 지워 버렸다

 

 

No.20 *확정*

[수필 「익숙한 불안」 중에서]

불안은 어차피 내가 다독여야 할 고질병이다. 새끼 악어 한 마리 길들이는 게 

평생의 숙제이다. 불쑥불쑥 고개 드는 그것이 너무 사나워지지 않도록 어르고 

달래며 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재바르게 손 놀려 일하고 못생긴 글이나마 

꾸준히 써야 한다. 삶은 숙제의 연속이고, 다 풀고 나면 평안의 꽃 한 송이 

볼 수 있을까 기대하면서….

 

 

No.21 *확정*

[수필 ‘걸음’ 중에서]

 세상사 많은 일들도 작은 걸음걸음이 모여서 큰 역사를 이룬다. 울창한 숲도 

처음엔 이름 모를 풀과 나무의 작은 씨앗에서 시작된다. 뿌리는 돌 틈을 비집으며 

옆으로 뻗치고, 씨앗들은 온몸을 날려 큰 걸음을 이룸으로써 멋진 숲을 이룬다. 

 

 

No.22 *확정*

[트라우마]

아물지 않은 상처엔

분화구가 들어 있다

검붉은 저 언저리

누가 또 건드렸나

단칼에 타협은 없다

쏟아지는 불화살

 

 

No.23 *확정*

수필  「매화에 들키다」 중에서

봄이 익어갈 무렵, 드디어 매화가 향을 터트렸다. 꽃망울이 일제히 눈을 떠 구름처럼 피어올랐다. 

가히 환상적이었다. 진한 향에 취해 할 일없이 매화나무사이를 뒤 무거운 강아지처럼 맴돌았다. 

옛사람들이 말하기를 함부로 향기를 팔지 않은 매화는 사람을 고상하게 만든다 하였던가. 

햇살은 아지랑이를 감아올리느라 한창이고 매향은 아편처럼 스며들어 내 의식을 몽롱하게 했다.

 

 

No.24 *확정*

[노을]

홍시? 하나,식탁에 놓이고

늙은 형님은저녁을 맞이하며

눈물이 그렁그렁노을, 

사라진동산 나뭇가지에

보름달 떠오르면

고향 마당,꽁지 늘어뜨린

쓸쓸한 수탉의

뼛속 깊은 울음을? 뿌려놓는다.

 

 

No.25 *확정*

[여행]

집어등을 밝힌 배들이 수평선에 걸려있었다

칼로 그은 듯 날카롭던 모서리가 부드러워지고 있었다

잠시 그를 꿈꿔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평선이 편안해지는 동안은,

나도 모르게 등줄기가 따뜻해졌다

내 등에 밝힌 집어등을 그가 보고 있었다